Adventure Trekking in the Shadows of Mountains
산의 그림자를 걷는다는 것

1,300km의 트레일이 당신의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당신의 집(텐트), 당신의 침대(침낭과 매트), 식사(맛없는 고칼로리의 동결건조 식량)이 전부 들어있는 당신의 백팩은 묵직하게 당신의 등을 짓누릅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70일입니다. 혹독한 스웨덴의 겨울이 찾아오기 전, 당신은 과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그 긴 길을 한번에 걸어낼 수 있을까요? 달려드는 모기떼와 줄어가는 체중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일상’이 아닌 고난의 시간 끝에도 당신과 당신의 동료는 여전히 서로를 좋아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생각들은 절친한 친구들인 마틴 올슨과 마틴 앤더슨이 지난 7월 그뢰벨스욘의 그린리본을 트레킹하기 시작했을 때 머리 속에 스친 질문들입니다. 1년 후, 트레킹을 끝낸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Figure 1 로젠 자연보호 구역의 특징인 빙퇴석 길을 힘겹게 헤치고 나아가 해발 993m의 탄즈요발렌 산 꼭대기에 섰을 때 보상으로 받은 아름다운 경치.

Figure 2 종일 모기떼로 가득한 숲을 하이킹한 끝에 받은 깜짝 선물. 폭포는 약 40m 높이로 800m 길이의 북유럽에서 가장 긴 강 협곡까지 이어진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경험이 큰 힘이 됩니다. 굉장히 신기했어요.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열흘이나 이른 60일 안에 1300km를 걷고 돌아와서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얼마나 에너지로 가득 차있는지에 대해 말해줬거든요. 모든 일들이 전보다 수월하게 느껴졌어요. 우리는 활기로 가득 차있었죠. 아직도 그 기분이 가시질 않아요. 그것이 인생에 대한 관점을 바꿨는지와 같은 거창하고 상투적인 사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웠던 길 위에서의 시간이 제게 심리적으로 커다란 도움이 됐다는 것이죠. 언젠간 꼭 이런 걸 또 할겁니다.”

Figure 3 마틴 앤더슨이 북부 잠틀란드의 외로운 도로를 걷고 있는 모습. 현지인의 도움으로 오래된 우유 카트를 빌려 산길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그 곳에 짐을 싣고 길을 걸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끈 덕분에 맥주와 사탕 등을 선물 받기도 했다.

그린리본 트레일을 걷는 아이디어는 맥주잔을 부딪히던 어느 날 밤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마틴 올슨에게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이루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나자 올슨은 친구에게 그린리본을 걷자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갈수록 꿈은 계획이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린리본은 스웨덴 땅의 모든 산맥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이미 일부를 걸어본 적이 있었지만, 한번에 완주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죠.” 올슨은 말했습니다.

그린리본은 잘 닦인 트레일입니다. 위험한 강을 건널 때와 같이 드물게 뱃사공의 도움을 받는 경우를 빼고는 7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는 동안 모든 구간을 직접 이동해야 합니다. 트레일은 그뢰벨스욘에서 시작되어 트레릭스뢰셋에서 끝이 납니다. 여름 동안에는 걸어서, 겨울 동안에는 스키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산이 깊어질수록 고지대는 가팔라지고 강은 삼각주로 뻗어나가며 숲 속은 덤불로 우거진 툰드라가 펼쳐집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 속을 걸으며 두 친구는 60일에 걸쳐 여름이 가을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계절에 산은 몹시 황량해집니다. 8월 말이 되면 우거진 초록빛은 빨강, 주황, 노란빛으로 물들고 9월이 오면 산봉우리에는 하얀 눈이 내려앉습니다. 낮은 짧아지고 해질녘은 보다 더 붉게 타오릅니다.

“정말 멋진 경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계속해서 걷게 하는 원동력이었지요. 많지는 않았던 악천후 속에서마저 아름다운 풍경이었으니까요”

Figure 4 빈델피얄렌의 숨막히는 풍경. 여정의 반이 넘어가던 시점.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경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여정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두 친구들에게 마음을 터놓고 다가올 뿐만이 아니라 순록고기와 맥주, 초콜릿 등의 식량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스웨덴의 도시에서 사는 두 친구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일이었지요. 이는 대부분 그저 호의에 의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호기심에 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어깨가 많이 지친 어느 날, 우리는 배낭을 오래된 우유 카트에 싣고 걷기도 했었습니다. 에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에게서 얻은 물건이었죠. 꽤나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두 친구는 에켄을 한 철물점에서 만났습니다. 그들은 30km의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는 날 손수레에 짐을 싣고 걷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몹시 신나있었죠. “에켄은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제시하다 말고 문득 우리보고는 따라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우유 카트를 건넸죠. 우리는 그에게 우리가 30km의 길을 갈 것이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괜찮습니다. 그쪽에 위치한 카페에서 일을 하는 여성을 알고 있으니 그녀에게 카트를 반납하세요. 몇 주 뒤 제가 가지러 가면 되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앤더슨은 회상했습니다.

Figure 5 쿵스레덴에 있는 오두막 중 하나.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중.

카트를 끌며 길을 걷고 있자 그들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광경에 두 친구에게 초콜릿과 맥주 등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즐겁고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올슨은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간신히 걷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고 모든 것이 힘겨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호텔에서 식사를 한 뒤 몸이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었어요. 원인은 트레킹 중의 무언가가 아니었죠.”

Figure 6 허름해 보이지만 운치 있는 다리 중 하나.

Figure 7 쿵스레덴에 사는 순록들.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호기심을 보이기도 한다.

“저는 올슨을 매일같이 달래야 했죠” 앤더슨이 말했습니다. 힘겹고 걱정스러운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은 두 친구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랜 속담처럼 비 온 뒤 땅이 굳은 셈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차라리 초반에 아픈 것이 잘 된 일이었을 정도로요. 그 사건은 우리 사이를 더 가깝게 붙여놓았으니까요.” 함께 길을 걷는 두 달 동안 두 친구들은 서로와 스스로, 그리고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천천히 간다면 충분히 느긋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앤더슨이 말합니다.

“그리고 짐은 가볍게 챙기세요.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5kg의 카메라 장비를 포함해서 각각 20kg의 배낭을 맸어요. 좋은 장비가 있다면 사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올슨이 덧붙였습니다.

Figure 8 크비크요크로 향하는 앤더슨. 여름이 끝나가며 모기가 기승을 덜 부리길 간절히 바라던 중.

Figure 9 1179m의 스키어페 절벽을 오르자 사렉국립공원에 위치한 라파달렌 삼각주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Figure 10 사렉국립공원의 산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앤더슨. 매우 기대하던 곳이었고 그저 풍경을 더 즐기고 싶어 하루를 추가로 머물렀다.

Figure 11 구름 위에서 눈을 뜨던 순간. 악세의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동안 구름이 나무 사이에서 춤을 추고 있는 풍경.

Figure 12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았던 사렉국립공원.

“몸이 젖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앤더슨이 말했지만 이는 사실 늦여름이나 가을의 스웨덴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두 친구들은 운이 좋게도 궂은 날씨에 발목을 잡히는 날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주기적으로 깨끗하고 잘 마른 양말을 갈아 신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땀 젖은 발과 물집은 당신이 1,300km를 걸을 때 절대로 피하고 싶을 두 가지일 것입니다.”

두 친구들은 한번도 포기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린리본과 같은 길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근처 마을에 들러 장비를 정비하거나 식량을 보충할 수도 있고 며칠간 쉬어갈 수도 있지요. 오래 걸을 수도, 조금만 걸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두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편안한 호텔방에 누워 먹고 싶은 음식들을 마음껏 먹고 왕좌의 게임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며 스스로에게 보상을 줄 수도 있겠지요.

“당신만의 길을 걸으며 그저 즐기세요” 앤더슨이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Figure 13 42일동안 걸은 끝에 닿은 살토루옥타의 계곡. 마운틴 스테이션에서 3코스 만찬을 즐기길 기대하는 중.

Figure 14 릿셈으로 가는 길. 폭포를 감상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Figure 15 쿵스레덴의 끝에서 걸어온 지난 날들을 회상하는 앤더슨.

Figure 16 쿵스레덴에서의 마지막 날, 해발 1991m 카토차카의 마지막 해가 지는 아름다운 경치.

Figure 17 오로라로 유명한 아비스코는 어김없이 아름다운 오로라 쇼를 선보인다.

Figure 18 얼룩진 얼굴. 피부가 노출된 부위에 피치오일을 바르면 효과적으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다.

Figure 19 노르웨이의 햇빛. 트레릭스뢰셋을 향한 마지막 구간 일부는 노르웨이를 통과한다.

Figure 20 어둠 vs 빛. 여정 내내 반지의 제왕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서 영화의 대사로 농담을 치며 걸었다. 비로소 대장정이 끝나던 순간.

Figure 21 도착.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느껴졌다. 땀에 젖고 지친 우리는 트레릭스뢰셋의 콘크리트 건축물 앞에서 행복한 휴식을 취했다. 스웨덴 산맥을 따라 1,300km 이상 걸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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